“우리 집을 DAO로 운영하면 생기는 일” – 탈중앙화 가족 회의 시뮬레이션
1. 가족도 조직이다? DAO 가정 실험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자율조직(DAO)은 이제 스타트업, 투자 조합, 커뮤니티를 넘어서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 가족이 DAO로 운영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번 글에서는 "탈중앙화 가족 회의"를 시뮬레이션해 봅니다.
이 실험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스마트컨트랙트와 투표 시스템을 통해 집안일을 분담하고, 용돈을 배분하고, 주말 외식 메뉴를 결정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예상치 못한 충돌과 웃음을 동반한 DAO 가족 실험, 지금 시작합니다.
2. DAO 가정의 구조: 거버넌스 토큰과 스마트컨트랙트
우리 집은 총 4인 가족. 아빠, 엄마, 중학생 아들, 초등학생 딸로 구성됩니다.
가정 DAO의 핵심은 거버넌스 토큰입니다. 각 구성원은 초기 설정된 가정 활동 참여도에 따라 토큰을 부여받습니다.
- 아빠: 40% (가장 많은 토큰 보유)
- 엄마: 30%
- 아들: 20%
- 딸: 10%
이 토큰은 투표 시 의결권 비율을 의미하며,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자동으로 의사결정이 집행됩니다. 예를 들어, 외식 메뉴 결정 투표에서 아빠가 고른 중국집 메뉴가 선택된 건, 그가 다수의 거버넌스 토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기에 약간의 사회적 불만이 끼어들기 시작합니다. 딸은 외치죠. "왜 항상 짜장면이야! 난 스시 먹고 싶단 말이야!" 그러나 현실은 탈중앙화된 거버넌스의 룰대로 움직입니다.
또한, 이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일부 가족 구성원은 '1인 1표'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안건을 제시합니다. 토큰 중심의 투표가 아니라, 기본권을 중시하는 방식이죠. 그러나 '1토큰=1표'가 기본인 DAO 시스템에서는 이 제안이 쉽사리 통과되지 않습니다. 가족 내 민주주의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3. 스마트컨트랙트로 정해진 집안일 분배
매주 월요일 오전 9시, 스마트컨트랙트는 자동으로 다음 주의 집안일을 분배합니다. 청소, 설거지, 분리수거, 쓰레기 버리기까지 모두 일정 토큰 리워드가 걸려 있으며, 미이행 시 토큰이 페널티로 삭감됩니다.
한 주에는 아들이 설거지를 담당했지만, 학교 과제로 바쁘다는 이유로 미이행. 트래저리(가족 공용 자금)는 이미 고갈돼 추가 리워드는 불가능하고, 엄마가 대신 설거지를 하며 "DAO는 역시 이상주의야"라는 한탄을 남깁니다.
이 사건 이후 가족 내에선 긴급 제안이 올라옵니다: "설거지 DAO의 긴급 자금 조달안." 그러나 투표는 아빠와 엄마의 반대로 부결. 그 주 설거지는 '자유 시장'에 맡겨져, 딸이 자발적으로 "설거지 대행"을 선언하며 5 토큰을 받습니다.
점점 가족 구성원들은 집안일 DAO에 흥미를 잃어갑니다. 반복되는 작업, 낮은 리워드, 높은 경쟁률. 결국 딸은 다음 제안을 올립니다: "자동화 로봇을 DAO 트래저리로 구입하자." 그러나 이 제안 역시 비용 문제로 보류. 기술적 효율성과 경제적 현실의 충돌입니다.
4. 용돈 분배, 스테이블코인으로 해결되나?
용돈 역시 DAO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스마트컨트랙트에 따라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에 각자의 지갑으로 USDT가 송금됩니다. 기준은 지난주 집안일 참여도와 토큰 보유량.
하지만 문제는 가격 안정성. 이더리움으로 용돈을 지급했을 때는, 아들이 받은 0.002 ETH가 하루 만에 15% 하락하며 피자를 사 먹지 못했던 비극이 발생. 이후 가족 DAO는 투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으로의 전환을 결정합니다.
경제전문가 입장에선 이는 명확한 판단입니다. 화폐는 교환가치의 안정성이 핵심이기 때문에, 결제 및 보상 시스템에는 변동성이 낮은 자산이 적합합니다. 가족조차도 결국 '환율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용돈 시스템이 재투자 구조로도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일부 가족 구성원은 받은 토큰을 모아 가족 DAO의 내부 펀드에 예치하고, 연 5%의 이자를 받는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어린이의 금융 교육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5. DAO의 명과 암: 진짜 민주주의인가, 아니면 다수결 폭력?
DAO는 탈중앙화를 통해 누구나 의견을 제안하고, 투표를 통해 결정된 내용을 스마트컨트랙트로 실행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인지에 대해서는 인문사회학적 비판이 가능합니다.
아빠가 다수의 토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거의 모든 안건이 아빠 중심으로 흘러가는 구조는, 탈중앙이라기보다 '가정 내 의회 독재'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엄마가 연대해버리면 사실상 의사결정은 이미 끝난 것이죠.
딸은 "소수의 의견은 존중받지 못한다"며 DAO 내부에 소액 토큰 보유자 보호 조항을 만들자고 제안하지만, 역시 부결. 인문학적으로 보면, DAO는 기존 권력구조를 대체한다기보다,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권력 집중'을 낳을 수 있습니다.
결국, 투표 참여율도 점점 낮아지고, 스마트컨트랙트 자동 실행에 의한 갈등은 오히려 사람 사이의 대화를 줄입니다. 기술이 공동체의 소통을 증진시키기보다는, 관리의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아이러니.
6. DAO 가족, 웃프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다
탈중앙화 기술은 이제 단순한 IT 개념을 넘어 사회 제도와 조직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 실험적 가족 DAO는 현실과 기술, 인간 심리의 교차점에서 다양한 질문을 던집니다:
- 권력은 어떻게 분산되어야 하는가?
- 기술이 민주주의를 완성할 수 있는가?
- 가족이라는 관계는 투표로 대체될 수 있는가?
- 자동화된 계약은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현실에선 당장 가능하지 않겠지만, DAO를 가정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로 적용해보는 상상은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줍니다. 웃기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진지한 이 실험.
탈중앙화 가족 회의. 아마도, 이것이 미래 세대의 자녀 교육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제 삶의 깊은 곳까지 파고들 준비를 마쳤고, 우리는 그 안에서 진짜 '공정함'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