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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렬 EVM과 성능 혁신: 블록체인, 속도의 한계를 넘어서다

크립토스퀘어 2025. 9. 17. 09:08

병렬 EVM과 성능 혁신: 블록체인, 속도의 한계를 넘어서다

 

블록체인 확장성 문제의 핵심 중 하나인 병렬 EVM(Parallel Ethereum Virtual Machine)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블록체인 혁명을 이끌었지만, 느린 처리 속도와 높은 수수료라는 고질적인 문제에 직면해 왔다. 이는 블록체인이 금융, 게임, 소셜 미디어 등 실생활에 적용되기 위한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 글을 통해 이더리움의 한계인 직렬 처리 방식이 무엇인지, 그리고 솔라나(Solana)와 앱토스(Aptos)가 이를 어떻게 극복하여 블록체인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1. 직렬 처리 방식의 한계: 이더리움은 왜 느린가?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모든 트랜잭션을 '직렬(Sequential)' 방식으로 처리한다. 이는 거래 A가 완전히 처리된 후에만 거래 B를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마치 식당에서 한 명의 요리사가 손님 한 명의 주문을 끝낼 때까지 다른 손님의 주문을 받지 못하는 것과 같다.

왜 이더리움은 직렬 방식을 택했는가?

  • 간결성: 직렬 처리는 구현이 간단하고, 거래 순서가 명확해 예측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네트워크의 안정성과 보안을 강화하는 중요한 요소다.
  • 탈중앙화: 모든 노드가 동일한 순서로 거래를 처리하고 검증하므로, 네트워크의 모든 참여자가 동일한 상태를 공유하며 신뢰를 보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은 동시에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한 번에 하나의 트랜잭션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에 트랜잭션이 몰리면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속도가 느려지며 수수료(가스비)가 급등하게 된다. 이는 이더리움이 상업적 규모의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dApp)을 호스팅하는 데 한계로 작용한다.


2. 병렬 EVM의 등장과 기술적 혁신

병렬 EVM은 이더리움의 직렬 처리 방식과 달리, 여러 트랜잭션을 동시에(Parallel) 처리하여 처리량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마치 여러 명의 요리사가 동시에 여러 손님의 주문을 처리하는 것과 같다.

어떻게 병렬 처리가 가능한가? 병렬 처리는 트랜잭션 간의 의존성(Dependency)을 분석하여, 서로 충돌하지 않는 트랜잭션들을 찾아 동시에 처리한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코인을 보내는 거래와 C가 D에게 코인을 보내는 거래는 서로 관련이 없으므로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E가 F에게 코인을 보낸 후, F가 다시 G에게 코인을 보내는 두 거래는 서로 의존성이 있으므로 순차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병렬 EVM은 이처럼 트랜잭션 간의 의존성을 미리 파악하고, 충돌이 없는 트랜잭션들을 병렬로 실행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는 기존의 블록체인 아키텍처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혁신적인 접근법이다.


3. 주요 병렬 EVM 구현 사례: 솔라나와 앱토스

3.1. 솔라나(Solana)

솔라나는 처음부터 병렬 처리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블록체인이다. 솔라나의 핵심 기술은 '병렬 트랜잭션 처리 엔진'이다.

  • 기술적 원리: 솔라나는 '타이딩(Tiding)'이라는 독자적인 메커니즘을 사용해 트랜잭션의 의존성을 미리 예측한다. 트랜잭션이 실행되기 전에, 이더리움처럼 모든 노드가 모든 트랜잭션을 검증하는 대신, 각 노드가 독립적으로 트랜잭션을 검증하고 처리한 후 최종 상태를 공유한다. 이를 통해 초당 수천 건의 트랜잭션을 처리하는 압도적인 속도를 달성한다.
  • 장점: 솔라나는 이더리움 대비 수십 배 이상 빠른 속도와 훨씬 저렴한 수수료를 제공한다. 이는 게임, NFT, 탈중앙화 거래소(DEX) 등 대규모 트랜잭션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에 매우 유리하다.
  • 단점: 높은 중앙화 리스크와 잦은 네트워크 중단 이슈를 겪어 왔다. 이는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와 상충되는 문제로 지적된다.

3.2. 앱토스(Aptos)

앱토스는 메타(Meta, 구 페이스북)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디엠(Diem)' 개발자들이 만든 블록체인이다. 앱토스는 '병렬 실행 엔진(Block-STM)'을 활용한다.

  • 기술적 원리: 앱토스는 낙관적 병렬 실행(Optimistic Parallel Execution) 방식을 사용한다. 이는 모든 트랜잭션을 일단 병렬로 처리한 후, 트랜잭션 실행 결과가 잘못되었거나 의존성 충돌이 발생하면 해당 트랜잭션을 되돌리고 재실행하는 방식이다. 이 덕분에 트랜잭션 실행 전 복잡한 의존성 분석 과정을 생략하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 장점: 앱토스는 높은 확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또한 Move 언어와 같은 개발자 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하여 차세대 dApp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단점: 낙관적 실행 방식은 충돌이 잦을 경우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기술적 안정성이 완전히 검증되지는 않았다.

4. 우리가 보아야 할 것들

병렬 EVM 기술은 블록체인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유망한 접근법 중 하나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 사항들을 염두에 두고 이 기술을 바라보아야 한다.

  • 탈중앙화와의 트레이드오프: 병렬 EVM은 압도적인 속도를 제공하지만, 솔라나의 경우처럼 높은 하드웨어 사양을 요구하여 노드 운영을 소수의 주체에게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는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 기술의 성숙도: 병렬 EVM은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의 기술이다. 실제 대규모 사용자가 몰렸을 때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할지, 그리고 잠재적인 보안 취약점은 없는지 지속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 이더리움의 대응: 이더리움 역시 샤딩(Sharding), 레이어 2 솔루션(Layer 2 Solutions) 등을 통해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병렬 EVM 블록체인과 이더리움 생태계가 각각 어떤 방식으로 진화하며 경쟁 혹은 협력하게 될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병렬 EVM은 블록체인이 단순히 '디지털 금(Gold)'을 넘어, 실생활에 깊숙이 스며드는 '디지털 인프라'가 되기 위한 핵심 기술이다. 이는 느리고 비효율적인 블록체인의 이미지를 깨고, 초고속, 저비용의 새로운 블록체인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