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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공학의 새로운 눈을 뜨다: FEM 구조해석에 적용되는 AI 기술

크립토스퀘어 2025. 8. 23. 08:59

AI, 공학의 새로운 눈을 뜨다: FEM 구조해석에 적용되는 AI 기술

 

오늘은 CAE(Computer-Aided Engineering)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수십 년간 엔지니어들의 든든한 조력자였던 CAE는 이제 AI의 지능을 더해, 단순히 계산을 돕는 도구를 넘어 스스로 사고하고 최적의 해답을 찾아내는 지능형 엔지니어링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복잡한 계산과 반복적인 작업이 필수적인 FEM(Finite Element Method) 기반의 구조 해석 분야에서 AI는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과연 이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고, 우리의 엔지니어링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함께  탐구해 보고자 한다.

 

1. 왜 AI인가? 전통적 FEM 구조해석의 한계

전통적인 FEM 구조해석은 물리 법칙을 기반으로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 부품의 응력, 변형, 강도 등을 예측한다. 이는 매우 정확한 결과를 제공하지만,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첫째, 엄청난 계산 비용과 시간이다. 복잡한 형상이나 비선형 재료를 해석할 경우, 한 번의 시뮬레이션에만도 수 시간 또는 수일이 소요될 수 있다. 제품의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수많은 변수를 바꿔가며 반복적으로 시뮬레이션을 수행해야 하는 현실은, 엔지니어들에게 엄청난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지운다. 이는 곧 제품 개발 주기를 늦추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둘째, 반복 작업과 수동 최적화의 비효율성이다. 엔지니어는 목표 성능을 달성하기 위해 설계 변수를 수동으로 변경하고, 시뮬레이션을 다시 돌리고,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을 무수히 반복해야 한다. 이 과정은 지루하고 비효율적이며, 종종 최적의 해를 찾지 못하고 타협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AI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궁극적인 해답이 될 수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로부터 복잡한 물리 현상에 대한 통찰력을 학습하여, 엔지니어의 반복 작업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상상 이상의 새로운 설계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다.

 

2. AI 모델, 두 가지 핵심 접근법: 대리 모델과 생성형 모델

CAE에 적용 가능한 AI 모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복잡한 FEM 계산을 대신하는 대리 모델(Surrogate Model)과 새로운 설계안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생성형 모델(Generative Model)이 그것이다.

2.1. 대리 모델 (Surrogate Model)

대리 모델은 기존의 복잡한 FEM 시뮬레이션 모델을 대체하여 빠르고 근사적인 결과를 제공하는 AI 모델이다. 이는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접근법이며, AI 모델을 일종의 '초고속 계산기'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 인공신경망(ANN):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신경망으로, 입력 데이터(형상, 재료 특성, 하중 조건 등)와 출력 데이터(응력, 변형률, 변위 등) 간의 비선형 관계를 학습한다. 마치 무수히 많은 문제를 풀고 답을 맞혀가며 스스로를 훈련시키는 학생과 같다. 새로운 문제가 주어지면, 학습된 지식을 바탕으로 정답에 가까운 결과를 빠르게 도출한다.
  • 컨볼루션 신경망(CNN): 격자(mesh) 데이터를 이미지처럼 처리하는 데 특화된 모델이다. FEM 해석 결과를 픽셀 이미지로 변환하여 CNN에 입력하면, CNN은 이미지의 특징을 파악하여 응력 집중 부위나 변형 패턴과 같은 공간적 특성을 매우 효과적으로 학습한다. 이는 마치 그림을 보고 사물의 형태와 질감을 파악하는 인간의 시각과 유사하다.
  • 그래프 신경망(GNN): FEM의 요소망(element mesh)과 같이 노드(node)와 요소(element) 간의 연결성을 그래프 형태로 표현하고, 그 관계를 학습하여 예측한다. 이는 단순히 데이터의 위치를 학습하는 것을 넘어, '이 노드가 저 노드에 연결되어 있어 하중을 전달한다'와 같은 물리적 관계를 더 잘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진보된 접근법이다.

2.2. 생성형 모델 (Generative Model)

생성형 모델은 대리 모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엔지니어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설계안을 자동으로 생성한다. 이는 AI가 창의성을 발휘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 생성형 적대 신경망(GAN): GAN은 생성자(Generator)판별자(Discriminator)가 서로 경쟁하며 학습하는 구조다. 생성자는 '가짜' FEM 해석 결과를 만들고, 판별자는 이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별한다. 이 경쟁을 통해 생성자는 점점 더 진짜와 구별하기 어려운 결과를 만들어내고, 결국 주어진 조건(하중, 재료 등)에 맞는 최적의 새로운 형상을 생성할 수 있다.
  • 변분 오토인코더(VAE): 복잡한 설계 공간을 저차원 잠재 공간으로 압축하고, 이 공간에서 새로운 설계 변수를 샘플링하여 혁신적인 형상을 생성한다. 이는 마치 수많은 설계 아이디어를 하나의 '창고'에 정리해두고, 그 창고에서 무작위로 아이디어를 꺼내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과 유사하다.

 

3. AI 기반 CAE 시스템 구축의 기술적 절차: 데이터가 핵심이다

AI 기반 CAE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은 단순히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것을 넘어선다. 데이터, 모델, 그리고 엔지니어링 지식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 데이터셋 구축: AI의 영혼을 불어넣는 작업 
    • AI 모델 학습의 성패는 데이터의 양과 질에 달려 있다. AI가 '똑똑한' 결과를 내놓으려면, '똑똑한' 데이터를 많이 먹여야 한다. 이를 위해 엔지니어는 다양한 설계 변수와 하중 조건을 조합하여 수많은 FEM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생성해야 한다. 이 과정은 자동화 스크립트와 고성능 컴퓨팅 환경을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 입력 데이터(CAD 모델, 재료 물성치, 경계 조건)와 출력 데이터(응력, 변형, 변위 분포)를 쌍으로 묶어 학습 데이터셋을 만든다. 이 데이터셋은 AI 모델이 학습할 '교과서'가 된다.
  • AI 모델 설계 및 학습: 최적의 두뇌를 찾아서
    • 문제의 특성에 따라 적합한 AI 모델을 선택한다. 예를 들어, 응력 예측이 목표라면 GNN이 더 좋은 성능을 보일 수 있다.
    • 준비된 데이터셋으로 모델을 학습시킨다. 이 과정에서 과적합(Overfitting)을 방지하고, 검증 데이터셋을 통해 모델의 예측 정확도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 모델 통합 및 배포: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
    • 학습된 AI 모델을 기존의 CAE 소프트웨어에 플러그인 형태로 통합하거나, API를 통해 연동한다. 이는 엔지니어들이 익숙한 환경에서 AI 모델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최종 사용자가 AI 모델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개발한다.
  • 성능 모니터링 및 재학습: 끊임없는 진화
    • 배포된 AI 모델은 실제 사용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성능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 AI가 새로운 조건에 대한 데이터를 만나면, 이 데이터를 수집하여 모델을 주기적으로 재학습시켜 성능을 개선해야 한다. 이는 AI 모델을 끊임없이 진화시키는 과정이다.

 

4. 문제점과 미래 전망: 인간과 AI의 협업 시대

CAE에 AI를 적용하는 것은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많다.

  • 데이터 생성의 어려움: AI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한 방대한 양의 고품질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에는 여전히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 AI의 '블랙박스' 문제: AI가 도출한 결과가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인지 엔지니어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는 해석 결과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 AI 모델이 예측한 결과가 실제 제품에서 오류를 발생시킬 경우,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에 대한 법적, 윤리적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한다면, CAE 분야의 미래는 매우 밝다. 미래의 엔지니어링은 AI가 단순 반복 작업을 대신하고, 인간은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인간-AI 협업 시대가 될 것이다.

  • 지능형 설계 자동화: AI가 설계부터 해석, 최적화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자율형 설계 시스템이 등장할 것이다. 엔지니어는 단순히 AI가 제시한 수많은 설계안 중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선택하고, 최종 검증만 하면 된다.
  • 디지털 트윈과의 결합: AI 모델이 실시간으로 센서 데이터를 분석하여 물리적 제품의 상태를 예측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과 결합하면, 제품의 유지보수, 수명 예측 등 전 생애주기 관리를 혁신할 수 있다.

AI는 엔지니어의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엔지니어가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강력한 조력자다. AI 기술을 CAE에 적극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우리는 더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엔지니어링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