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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번 코인으로 치킨 시켜먹는 날” – P2E의 현실화

“게임에서 번 코인으로 치킨 시켜먹는 날” – P2E의 현실화

 

조카가 치킨을 시킨 날

 

“삼촌, 나 게임해서 오늘 저녁 치킨 시켜 먹었어.”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 하지만 휴대폰 화면 속 앱 결제 내역을 본 순간, 현실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조카가 평소 즐기던 게임에서 번 디지털 코인을 배달 앱 포인트로 전환해 실제 치킨을 주문한 것이다. 게임을 하면 아이템이나 점수는 받았지만, 그것이 치킨으로 바뀌는 세상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었다. 새로운 경제 생태계의 징후였고, 디지털 세대의 새로운 노동 형태이자 소비 방식이기도 했다.

 

P2E란 무엇인가?

P2E(Play to Earn)는 말 그대로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구조"를 의미한다. 이는 게임이 단순한 오락에서 벗어나, 가치 생산의 도구로 확장되고 있다는 뜻이다.

전통적인 게임에서는 유저들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도 보상은 게임 내 아이템이나 레벨업에 그쳤다. 그러나 P2E는 사용자의 활동이 디지털 자산으로 환산되고, 그 자산은 현실 세계의 가치와 연결된다.

게임 안에서 벌어들인 토큰을 디지털 지갑으로 옮기고, 이를 현금화하거나 실생활에 사용하는 방식은 이제 낯설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통해 월세를 내고, 어떤 사람은 간식비를 마련할 수 있는 세상이 오고있는 것이다.

 

P2E의 기술적 기반 : 블록체인, NFT, 그리고 스마트 계약

P2E가 가능해진 배경에는 몇 가지 중요한 기술이 있다.

  • 블록체인은 데이터 위변조가 거의 불가능한 분산원장 기술로, 게임 내 자산을 외부 세계와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 NFT (대체 불가능한 토큰)는 게임 캐릭터, 아이템, 토지 등을 고유 자산으로 증명하게 해준다. 예전에는 계정이 정지되면 모든 아이템이 사라졌지만, NFT화된 자산은 사용자의 영구 소유가 가능하다.
  •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은 게임 내 보상, 교환, 거래가 자동화되어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기술들은 함께 작동하며, 단순한 게임을 디지털 경제 플랫폼으로 변모시킨다. 사실상 이 기술들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일상으로 들어온 P2E: 우리 주변의 사례들

P2E는 더 이상 해외 일부 유저나 마니아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P2E를 활용하는 분의기로 가고 있다. 다음은 구체적인 예시들이다.

  • 대학생 A의 부업

A는 영상 편집을 전공하는 대학생으로, 평소 즐기던 퍼즐 게임에서 얻은 보상으로 매달 2~3만 원가량의 디지털 코인을 획득한다. 이 코인은 현금화하지 않고, 편의점 결제 카드에 충전하여 간식이나 음료를 사는 데 사용한다.

"공강 시간에 게임하는 걸로 주말 치킨값이 생기니, 나름 유용하죠."

  • 직장인 B의 저녁 루틴

B는 매일 출퇴근 시간에 하는 퀘스트 기반 게임을 통해 누적 보상을 받고, 이를 주말 영화관 포인트나 배달 앱 할인 쿠폰으로 전환해 사용한다. 게임은 본래 스트레스 해소용이었지만, 지금은 "생활 보조 도구"가 되었다고 말한다.

"게임도 하고, 저녁도 싸게 먹고. 효율적인 소비죠."

  • 주부 C의 스마트폰 습관

전업주부인 C는 집안일 중간에 짬짬이 모바일 게임을 통해 얻은 토큰을 문화상품권으로 바꾸고, 이를 가족 외식비로 사용한다. 처음엔 게임이 낯설었지만, 디지털 자산의 흐름을 이해하게 되면서 경제에 대한 시각도 바뀌었다고 한다.

"작은 돈이라도 스스로 만든 거니까 보람 있어요."

 

5. P2E의 명암과 향후 과제

P2E가 모든 사람에게 이로운 것은 아니다. 다양한 기술적·사회적 문제점이 여전히 존재한다.

  • 투기화 우려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돈 벌기’에만 집중하는 유저들이 생겨나면서, 게임의 본질이 퇴색되고 콘텐츠의 질이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는 거의 ‘작업장’처럼 운영되며, 이를 통해 빠른 수익만을 추구한다.

  •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

P2E 경제는 신규 유저의 유입이 계속되어야만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구조적으로 불안정할 수 있고, 유저 수가 줄면 코인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시스템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

  • 법적 불확실성

P2E는 ‘게임’인가, ‘금융’인가? 이 질문은 아직도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 각국 정부의 규제 정책은 상이하며, 일부 국가에서는 P2E를 도박 또는 미등록 금융상품으로 규정하여 금지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서비스가 예고 없이 종료되는 사례도 존재한다.

 

6. P3E로의 진화와 미래의 노동

P2E가 현재의 현실이라면, P3E (Play to Experience to Earn)는 그 다음 단계다. 단순히 게임 플레이를 넘어서, 창작과 학습, 커뮤니티 활동까지 ‘디지털 경험’ 자체가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 예술가들은 메타버스에서 가상 갤러리를 열고 작품을 NFT로 판매한다.
  • 작가들은 게임 시나리오에 참여하여 수익을 배분받는다.
  • 유저들은 게임 내에서 사회적 활동(예: 길드 운영, 콘텐츠 검열 등)을 통해 보상을 받는다.

이러한 흐름은 ‘노동’의 개념을 다시 쓰게 만든다. 단순한 생산성을 넘어서, 참여와 창의성, 연결성 자체가 새로운 가치로 인정받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7. 게임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질 때

예전엔 부모가 “게임 그만하고 공부 좀 해!”라고 소리쳤지만, 지금은 아이가 “게임으로 오늘 반찬값 벌었어요”라고 말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우리는 지금, 단순히 새로운 게임 트렌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경제, 사회, 심리 구조까지 바꾸고 있는 상황이다. 모니터 속 판타지 세계가 아니라, 배달 온 치킨 상자 위에서 현실로 실현되어 가고 있다.

"게임을 그만두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이 곧 삶의 일부가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