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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러 블록체인과 데이터 가용성: 블록체인 확장의 새로운 해법

모듈러 블록체인과 데이터 가용성: 블록체인 확장의 새로운 해법

 

블록체인 확장성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으로 떠오르는 모듈러 블록체인(Modular Blockchain)과 그 핵심 요소인 데이터 가용성(Data Availability, DA)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기존의 블록체인, 즉 '모놀리식(Monolithic)' 블록체인은 모든 기능을 하나의 체인에서 처리하는 구조다. 이는 네트워크의 보안과 신뢰를 보장하지만, 속도와 확장성이라는 치명적인 한계를 낳았다. 모듈러 블록체인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블록체인의 기능을 분리하고 전문화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이 글을 통해 모듈러 블록체인이 무엇이며, 왜 데이터 가용성이 이 아키텍처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1. 모놀리식 블록체인의 한계와 모듈러 블록체인의 등장

기존의 블록체인은 하나의 체인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 기능을 모두 수행한다.

  • 실행(Execution): 트랜잭션을 처리하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실행하는 기능.
  • 합의(Consensus): 트랜잭션의 순서와 유효성을 결정하고 블록에 담는 기능.
  • 데이터 가용성(Data Availability): 모든 트랜잭션 데이터를 네트워크의 모든 참여자가 검증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기능.

모든 기능을 한 곳에서 처리하는 것은 보안 측면에서 매우 강력하지만, 네트워크의 부하를 높여 '확장성 트릴레마(Scalability Trilemma)' 문제를 야기한다. 즉, 보안, 탈중앙화, 확장성 세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모듈러 블록체인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블록체인의 기능을 위 세 가지 모듈로 분리하고, 각 모듈을 전문화된 별도의 레이어에서 처리한다. 마치 컴퓨터의 CPU, 메모리, 저장 장치가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듯, 각 레이어가 고유의 기능을 맡아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2. 모듈러 아키텍처의 핵심: 데이터 가용성(DA)

모듈러 블록체인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바로 데이터 가용성(DA)이다. 데이터 가용성은 '블록체인에 기록된 모든 트랜잭션 데이터가 네트워크의 모든 노드에 의해 검증되고 접근할 수 있음'을 보장하는 것이다.

왜 데이터 가용성이 중요한가?

  • 사기 방지: 블록체인 상에서 사기 행위를 감지하고 증명하려면, 사기성 트랜잭션이 포함된 원본 데이터가 공개적으로 접근 가능해야 한다. 만약 공격자가 트랜잭션 데이터를 숨긴다면, 다른 노드들은 해당 트랜잭션이 유효한지 검증할 수 없어 네트워크의 신뢰가 무너진다.
  • 네트워크의 확장성: 레이어 2 솔루션인 롤업(Rollup)의 작동 방식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롤업은 수많은 트랜잭션을 묶어 단 하나의 압축된 트랜잭션으로 메인넷에 올린다. 이때, 원본 데이터는 메인넷이 아닌 다른 곳(롤업 자체의 노드나 별도의 DA 레이어)에 저장되는데, 이 데이터가 언제든지 접근 가능해야만 사용자들이 롤업의 상태를 독립적으로 검증하고 필요시 자산을 출금할 수 있다.

3. 데이터 가용성(DA) 문제의 기술적 해법

모듈러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데이터 가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3.1. 이더리움의 Danksharding

이더리움은 레이어 1 블록체인으로서, 롤업을 통해 트랜잭션 실행 기능을 외부로 분리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롤업이 생성한 원본 트랜잭션 데이터를 메인넷에 기록해야 하므로, 여전히 저장 공간과 데이터 가용성 문제가 남는다. 댄크샤딩(Danksharding)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더리움의 핵심 업그레이드다.

  • 원리: 댄크샤딩은 데이터 블롭(Data Blob)이라는 새로운 데이터 패키지를 도입한다. 이 데이터 블롭은 트랜잭션 데이터는 아니지만, 롤업이 생성한 원본 데이터를 첨부할 수 있는 임시 저장 공간이다. 이더리움의 모든 검증 노드가 이 데이터 블롭을 다운로드하지 않아도, 데이터의 존재와 가용성을 확률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 가용성 샘플링(DAS, Data Availability Sampling)' 기술을 적용한다.
  • 결과: 이를 통해 이더리움은 자체적으로 DA 레이어 역할을 수행하며, 레이어 2 롤업의 수수료를 낮추고 처리량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3.2. 셀레스티아(Celestia)

셀레스티아는 오직 데이터 가용성 및 합의 기능에만 특화된 최초의 모듈러 블록체인이다.

  • 원리: 셀레스티아는 트랜잭션을 실행하지 않고, 단지 트랜잭션 데이터를 받아 순서를 정하고, 이 데이터가 존재함을 증명하는 역할을 한다. 셀레스티아의 노드들은 '데이터 가용성 증명(Proof of Data Availability)' 기술을 통해 데이터의 존재를 검증하며, 경량 노드(Light Node)들은 DAS 기술을 활용하여 전체 데이터를 다운로드하지 않고도 안전하게 데이터를 검증할 수 있다.
  • 결과: 셀레스티아는 '플러그 앤 플레이' 방식의 DA 레이어 역할을 수행한다. 솔라나, 앱토스, 혹은 이더리움 롤업과 같은 다른 블록체인들이 셀레스티아를 DA 레이어로 사용하여, 자체적인 데이터 저장 공간 부담을 덜고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이는 블록체인 생태계에 새로운 차원의 유연성을 제공한다.

4. 우리가 보아야 할 것들

모듈러 블록체인과 데이터 가용성 기술은 블록체인 기술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도전 과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이 흐름을 보아야 한다.

  • 기술적 패러다임의 변화: 모놀리식 블록체인에서 모듈러 블록체인으로의 전환은 마치 컴퓨터 산업이 메인프레임에서 분산 컴퓨팅으로 넘어간 것과 유사한 패러다임의 변화다. 이는 블록체인 생태계에 새로운 전문화와 혁신의 기회를 제공한다.
  • 레이어 2의 미래: 레이어 2 솔루션은 모듈러 블록체인 시대의 '실행 레이어'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데이터 가용성 문제를 해결하는 메인넷이나 전용 DA 체인의 등장은 레이어 2가 더욱 빠르고 저렴하게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 새로운 시장과 경쟁: 셀레스티아와 같은 전문 DA 체인들의 등장은 블록체인 생태계 내에서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한다. 이들은 이더리움과 같은 거대 블록체인과 경쟁하거나 혹은 협력하며 시장을 확장할 것이다.

모듈러 블록체인과 데이터 가용성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블록체인 기술의 대중화와 상용화를 위한 핵심 열쇠라고 생각한다. 이는 블록체인이 단순히 '느리고 비효율적인 분산 장부'를 넘어, 현실 세계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유연하고 확장 가능한 인프라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