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의 미래를 결정할 가장 치열한 전선, 바로 유동성 전쟁(Liquidity War)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전쟁은 수십 년간 금융 시장을 지배해온 중앙화 금융(CeFi)의 거인들(바이낸스, OKX 등)과, 새로운 기술 혁명을 등에 업은 탈중앙화 금융(DeFi)의 선봉대(PerpDEX)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2025년 현재, 암호화폐 거래량의 압도적인 대부분은 여전히 CeFi의 선물 시장에서 발생하지만, PerpDEX의 기술적 진화는 이 구도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 글을 통해 CeFi와 DeFi의 근본적인 차이점이 무엇인지, PerpDEX가 어떻게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고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유동성 전쟁이 향후 암호화폐 시장의 시장점유율(Market Share)과 미래를 어떻게 재편할지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1. 유동성 전쟁의 전장: 파생상품 시장
유동성 전쟁의 주 전장은 파생상품 시장, 특히 무기한 선물 계약(Perpetual Futures) 시장이다. 현물 거래가 암호화폐의 '본질'이라면, 선물 거래는 시장의 '엔진'이다.
- CeFi의 지배: 바이낸스(Binance), OKX, Bybit과 같은 중앙화 거래소(CEX)는 그 압도적인 유동성(Liquidity)과 실시간 체결 속도를 바탕으로 파생상품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CEX의 주문 체결은 밀리초(millisecond) 단위로 이루어지며, 이는 대규모 기관 투자자와 고빈도 트레이더(HFT)에게 필수적인 요소다. CEX는 사용자 자산을 위탁받아(Custodial) 관리하며, 중앙화된 서버에서 오더북을 운영한다.
- DeFi의 도전: 탈중앙화 파생상품 거래소(PerpDEX, 예: dYdX, Hyperliquid, GMX)는 CEX의 자산 위탁 리스크와 투명성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다. PerpDEX는 자산을 사용자가 직접 통제하고(Non-Custodial), 모든 거래 및 청산 과정을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투명하게 블록체인에 기록한다.
이 전쟁은 '편의성 및 성능(CeFi)' 대 '신뢰성 및 투명성(DeFi)'의 대결 구도로 요약할 수 있다.
2. PerpDEX의 기술적 반격: 유동성 흡수 전략
PerpDEX는 CEX의 가장 큰 장점인 성능과 유동성을 따라잡기 위해 기술적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2.1. ZK-Rollup과 앱체인으로 성능 확보
초기 DeFi는 이더리움 메인넷의 느린 속도와 높은 가스비 때문에 HFT와 대규모 거래를 유치할 수 없었다. PerpDEX는 이 문제를 레이어 2(Layer 2) 솔루션과 앱체인(Appchain)으로 해결한다.
- dYdX의 ZK 롤업: dYdX는 StarkWare의 ZK 롤업을 채택하여, 수천 건의 트랜잭션을 한 번에 묶어 처리함으로써 CEX에 필적하는 초당 처리량(TPS)을 확보했다. 이는 거래 속도를 높이고 가스비를 극도로 낮춘다.
- Hyperliquid의 맞춤형 체인: Hyperliquid와 같은 플랫폼은 거래에 최적화된 독자적인 블록체인(앱체인)을 구축하여, 오더북 매칭 자체를 온체인에서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는 CEX의 빠른 체결 속도를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구현한 혁신이다.
2.2. 유동성 풀 혁신을 통한 자본 효율성 극대화
GMX와 같은 AMM(Automated Market Maker) 기반 PerpDEX는 전통적인 오더북 없이도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 단일 유동성 풀(GLP): GMX는 BTC, ETH, 스테이블코인 등으로 구성된 단일 유동성 풀을 트레이더의 상대방으로 활용한다. 이 모델은 유동성을 한 곳에 집중시켜 자본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 자동화된 LP 관리: AI 봇과 복잡한 온체인 전략이 유동성 공급자(LP)의 포지션을 자동으로 관리하며, 비영구적 손실(Impermanent Loss)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3. 유동성 전쟁 2025: 시장점유율 경쟁 전망
2025년 현재, PerpDEX는 전체 파생상품 거래량에서 여전히 작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 성장률은 CEX를 압도한다. 시장점유율 경쟁은 다음과 같은 구도로 전개될 것이다.
- CeFi의 강점 유지: CEX는 법정화폐(Fiat) 입출금의 편리성, 규제 당국과의 협력 경험, 그리고 이미 확보된 막대한 유동성과 브랜드를 바탕으로 당분간 시장의 '볼륨 리더' 자리를 지킬 것이다. 특히, 규제를 준수하는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CeFi가 여전히 주된 선택지일 수 있다.
- DeFi의 침투: PerpDEX는 '장기적인 신뢰성'과 '검열 저항성'을 무기로 시장에 침투할 것이다.
- 투명한 리스크 관리: PerpDEX의 청산 메커니즘과 담보물 관리가 스마트 컨트랙트에 의해 투명하게 이루어짐으로써, FTX 사태와 같은 불투명한 리스크가 해소된다.
- 기술적 평준화: 레이어 2와 앱체인의 발전으로 CEX와 PerpDEX 간의 성능 차이가 좁혀지면서, 사용자들은 결국 '신뢰'를 기준으로 플랫폼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시장점유율 예측: PerpDEX는 2025년에서 2027년 사이에 전체 파생상품 거래량에서 최소 10% 이상의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이는 CEX의 시장 파이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4. 규제와 혁신: 전쟁의 외부 변수
유동성 전쟁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외부 변수는 규제와 기술 혁신이다.
4.1. 규제 리스크의 차별화
- CeFi의 딜레마: CEX는 각국 규제 당국의 감시 대상이 되며, 이는 운영의 제약을 가져온다. 이는 사용자에게 자산 인출 제한이나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 PerpDEX의 기회: PerpDEX는 탈중앙화된 특성으로 인해 규제의 영향을 덜 받는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미등록 증권 거래' 논란이나, 불법 자금 세탁에 악용될 위험도 안고 있다. PerpDEX는 영지식증명(ZK-Proof)을 활용하여 개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도 규제 준수(KYC/AML)를 만족시키는 ZK-DID(Zero-Knowledge Decentralized Identity)와 같은 기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4.2. 기술 혁신의 우위
- 오픈 소스 경쟁: PerpDEX의 핵심 코드는 대부분 오픈 소스로 공개되어 있어, 전 세계 개발자 커뮤니티의 검증과 개선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다. CEX는 독점적인 기술 스택을 사용하므로, 혁신의 속도 면에서 장기적으로 DeFi에 뒤처질 수 있다.
- AI 트레이딩의 온체인화: AI 봇이 PerpDEX의 투명한 환경을 활용하여 CEX보다 더욱 정교하고 검열 저항적인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PerpDEX의 기술적 우위는 더욱 명확해질 것이다.
5. 유동성 전쟁의 최종 승자는?
유동성 전쟁 2025는 결국 '사용자 신뢰의 이전' 문제로 귀결된다. 사용자들은 더 이상 중앙화된 기관의 약속에만 의존하지 않고, 코드로 구현된 투명한 시스템(Code-as-Law)을 통해 자신의 자산을 보호하고자 한다.
PerpDEX는 CEX가 제공하는 성능을 따라잡고 있으며, 비수탁형이라는 근본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다. 이 전쟁의 최종 승자는 단일 플랫폼이 아닐 수 있다. PerpDEX는 CEX의 유동성을 점진적으로 흡수하여, 궁극적으로는 금융의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비전을 실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CEX 역시 이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온체인 기술을 수용하는 '하이브리드 금융(HyFi)' 모델을 모색할 것이다. 유동성 전쟁은 지속 가능하고 투명한 금융 시스템으로의 이행을 가속화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