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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앙화 여행기 – 크립토만으로 유럽 1주일 살기 도전기(픽션)

탈중앙화 여행기 – 크립토만으로 유럽 1주일 살기 도전기(픽션)

 

1. 여권, 백팩, 그리고 지갑 대신 ‘월렛’

여행은 자유를 상징한다. 그런데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에 갇힌 상태로 과연 진정한 자유여행이 가능할까? 비자 수수료, 환전 수수료, 은행 영업시간, 카드 결제 불가 상점들… 이 모든 것은 '돈'이라는 인프라가 글로벌하지 않다는 증거다. 그래서 나는 시도했다. 현금도 카드도 없이, 단지 디지털 월렛 하나로 유럽을 살아보기.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그리고 USDT·DAI 같은 스테이블코인만을 넣은 월렛을 들고 1주일간 유럽을 다녀왔다. 목적은 단순하다. 크립토만으로 얼마나 불편하고, 또 얼마나 가능한가? 여행전문가이자 IT 전문가로서, 나는 지금 여행이라는 일상의 영역에 Web3가 침투할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2. 항공권: 탈중앙 플랫폼은 있었지만, 가격은 ‘프리미엄’

항공권 구매는 크립토 결제의 진입장벽을 실감하는 첫 관문이었다. 글로벌 항공사 대부분은 법정화폐 외 결제를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몇몇 Web3 여행 플랫폼은 중개자 없이 항공권을 연결해주며 암호화폐 결제 기능을 지원하고 있었다. DAO 기반 플랫폼, NFT로 탑승권을 발급하는 실험적인 시도도 일부 존재했다.

그러나 문제는 지연, 가스비, 가격변동성이었다. 비트코인 결제를 시도했을 때, 블록 확정 시간이 10분 이상 걸려 결제가 지연됐고, ETH는 트랜잭션 수수료만 15달러에 달했다. 무엇보다, 예약 당시보다 코인 가치가 떨어지면 실질적으로 더 비싼 항공권을 구매하게 되는 셈이다. 기술은 있었지만, 실용성은 의문이었다.

 

3. 숙소: Web3 숙박 플랫폼의 가능성과 불안정성

다음은 숙소다. 나는 전통적인 OTA(익스피디아, 부킹닷컴 등)가 아닌,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숙소 플랫폼을 활용했다.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운영되는 이 플랫폼은 커뮤니티 평점, NFT 기반 보증금 시스템, 직접 지갑 간 거래를 통해 숙소를 예약할 수 있다.

프라하의 한 부티크 호텔에서는 ETH로 숙박료를 지불할 수 있었고, 베를린의 공유 숙소는 DAI 결제를 지원했다. 일부 숙소는 스테이블코인 사용자에게 체크아웃 연장 혜택도 제공했다. 하지만 문제는 체크인 순간 찾아왔다. 스마트컨트랙트로 송금 후 확인까지 시간이 걸렸고, 현장 직원이 블록체인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 약 20분간 로비에서 기다려야 했다. 편리함보다 불안함이 더 컸다.

 

4. 음식과 쇼핑: 유럽에서 비트코인으로 커피를 마시다

리스본, 빌뉴스, 루가노 같은 도시들은 ‘크립토 친화 도시’를 표방하며 카페, 음식점, 바 등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QR코드를 통해 고객이 암호화폐를 전송하면 POS 단말기가 이를 인식하고 결제를 승인한다. 일부 도시는 시 자체에서 BTC 결제를 장려하며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나는 비트코인으로 커피를 사고, 스테이블코인으로 샌드위치를 샀다. 경험 자체는 흥미로웠지만, 한 번은 네트워크 지연으로 결제가 5분 넘게 걸려 종업원이 당황한 적도 있었다. 대부분은 “실험적으로 운영 중이며, 아직 신뢰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결국 결제 가능하지만, 신뢰와 안정성은 낮은 단계였다.

 

5. 여행자 보험, 멤버십, NFT 활용 사례

더 흥미로운 건 Web3가 결제수단을 넘어서 여행 서비스 전반을 재구성하려는 움직임이었다. 예를 들어 DAO 기반의 여행자 보험은 탈중앙화 커뮤니티가 보험금 지급 여부를 투표로 결정하며, NFT 멤버십을 보유한 사용자에게는 특정 호텔, 라운지, 항공사 혜택이 제공된다.

일부 NFT는 특정 도시 전용 VIP 패스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런 모델은 ‘소유자 중심’의 Web3 철학과 잘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법적 책임이나 보상 체계는 여전히 취약하다. 만약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아도, 그것을 강제할 법적 장치가 없다는 것은 Web2 서비스와의 큰 차이점이다.

 

6. 기술적 문제: 네트워크와 UX의 한계

크립토 기반 여행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두 가지 큰 문제를 넘어야 한다.

첫째는 속도와 비용의 문제다. 특히 BTC와 ETH 메인넷은 여전히 느리고 비싸다. Layer 2 솔루션(Lightning Network, Arbitrum 등)이 해결책으로 등장하지만, 이를 사용하려면 사용자가 다소 높은 기술 이해도를 가져야 한다.

둘째는 사용자 경험(UX)이다. 지갑 설치, 프라이빗키 보관, 트랜잭션 서명 등은 일반 여행객에겐 너무 복잡하다. 게다가 결제 오류, 환불 불가 등의 문제는 소비자 보호의 측면에서도 치명적이다. 결국 Web3는 기술적으론 가능하지만, UX는 여전히 Web2 수준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7. 미래의 전망: 여행 산업의 완전한 재구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Web3 기반 여행의 가능성을 확신한다. 2025년 현재, 수십 개의 블록체인 기반 여행 스타트업이 이미 항공, 숙소, 보험, 관광지 입장권 분야에서 도전 중이며, 점차적으로 현실 서비스로 확장되고 있다.

미래에는 NFT가 탑승권과 여권을 대체하고, DAO가 여행지 추천과 예약까지 모두 자동화하며, 스마트컨트랙트 기반의 즉시 환불 시스템이 구현될 수 있다. Web3 여행은 단지 ‘결제 수단’의 변화가 아니라 여행 생태계 전체를 탈중앙화하는 실험이다. 각자 소유하고, 운영하며, 검증하는 탈중앙화 여행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하고 있다.

 

8. 통제를 떠난 진짜 여행?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깨달았다. 블록체인 기술이 만든 자유는 불편함과 맞닿아 있다. 아직은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큼 완성된 구조는 아니다. 그러나 Web3 여행은 '돈과 권한의 중심'이 바뀌는 미래를 상징하는 중요한 징후다.

진짜 자유여행이란 중앙화된 경계 없이 이동하는 것만이 아니라, 금융, 신뢰, 소유권 모두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직 그 초입에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벌써 첫 걸음을 내디뎠고, 그 여정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여행 방식에 영향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