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이 금융 시장에 가져올 혁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어제(9월 29일)는 STO거래소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일부 중복되는 내용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STO(증권형 토큰)와 RWA(현실자산)라는 두 가지 개념을 중심으로, 이들이 어떻게 금융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지, 기술적으로 쉽게 설명하고자 한다. 이 글을 통해 두 개념의 의미와 금융공학적, 기술적 접근법, 그리고 국내외 현황과 미래를 조망하고자 한다.
1. STO와 RWA의 의미
RWA(Real World Asset)는 말 그대로 '현실세계의 자산'을 뜻한다. 부동산, 주식, 채권과 같은 전통적인 금융자산은 물론, 미술품, 와인, 명품 시계, 심지어는 비행기나 선박과 같은 고가의 실물자산도 모두 RWA에 속한다. 이들 자산은 높은 가치를 지니지만, 소유권 이전이 복잡하고 거래가 어려운 비유동적 자산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STO(Security Token Offering)는 이러한 RWA의 소유권을 블록체인 기반의 '증권형 토큰'으로 발행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즉, STO는 RWA를 블록체인 생태계로 끌어들이는 '디지털화' 과정 그 자체이다. 예를 들어, 100억 원짜리 빌딩을 10만 개의 토큰으로 쪼개고, 이 토큰들을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것이 STO다. 이 토큰들은 빌딩에 대한 소유권이나 수익권을 증명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STO는 기술적 행위인 동시에 법적, 금융적 행위이다.
STO와 RWA는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RWA는 토큰화될 '대상'이고, STO는 그 대상을 토큰화하는 '수단'이다. STO를 통해 RWA는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 가능한 '온체인(On-chain) 자산'이 된다.
2. 금융공학적 접근: 자산의 민주화와 유동성
STO와 RWA의 결합은 금융공학적으로 두 가지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첫째, 자산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Assets)이다. 기존에는 수십억 원의 자금력을 가진 소수만이 투자할 수 있었던 부동산이나 고가 미술품에 일반 투자자들도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투자 진입 장벽을 낮추어 자산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더 많은 사람에게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1억 원의 자금으로 강남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100만 원으로 강남 빌딩을 소유한 STO에 투자하여 임대수익을 배당받을 수 있다.
둘째, 비유동적 자산의 유동성 증대이다. 부동산처럼 팔고 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자산은 필요한 시점에 현금화하기 어렵다. 하지만 토큰화된 STO는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며, 소액 단위로도 쉽게 사고팔 수 있어 현금 전환이 용이하다. 이는 자산의 가치를 더 효율적으로 시장에 반영하고, 투자자들의 자본 회수 속도를 높이는 효과를 낳는다. 금융공학적으로 볼 때, 이는 "자산 유동화(Securitization)"의 새로운 형태라고 할 수 있다.
3. 기술적 접근: 스마트 컨트랙트와 오라클의 역할
STO와 RWA의 결합은 블록체인 기술의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만 가능하다.
- 토큰 표준: STO 발행을 위한 기술 표준이 중요하다. 이더리움의 ERC-1400과 같은 토큰 표준은 투자자 신원 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규제 준수, 그리고 배당금 지급 등 증권형 토큰의 특성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이다.
- 스마트 컨트랙트: STO 거래소의 핵심 기능은 스마트 컨트랙트에 의해 구동된다. 이는 소유권 분할, 배당금 자동 지급, 의결권 행사 등 증권의 모든 권리 행사를 코드로 작성하고 블록체인에 기록하여 자동화하는 기술이다. 이는 중개인 없이도 투명하고 효율적인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 오라클(Oracle): 현실세계의 자산(RWA) 정보를 블록체인으로 가져오는 '오라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부동산 토큰의 가치를 결정하는 임대 수익 정보나, 미술품의 감정 가치 등은 블록체인 외부에 존재한다. 오라클은 이러한 외부 데이터를 블록체인으로 안전하게 전달하여 스마트 컨트랙트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 하이브리드 블록체인: STO는 투자자 신원 확인과 규제 준수가 중요하므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보다는 허가받은 주체만 참여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나 하이브리드 블록체인이 주로 활용된다.
4. 국내외 현황
STO와 RWA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 해외 현황: 미국, 스위스, 싱가포르 등 금융 선진국들은 STO를 미래 금융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이미 제도화를 완료했다. 특히 미국의 블록오디세이(Block Odessey)와 세큐리타이즈(Securitize)는 RWA 토큰화 플랫폼의 선두 주자이다. 이들은 실제 부동산, 사모펀드, 기업 지분 등을 토큰화하여 유통하고 있다. 스위스는 '크립토 밸리(Crypto Valley)'를 중심으로 암호화폐와 STO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일본 역시 제도권 편입에 적극적이다.
- 국내 현황: 국내에서는 2023년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를 발표하며 STO를 제도권으로 편입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는 STO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과 구분하여 '증권'으로 규정하고,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은 STO 플랫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 발행 및 유통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부동산 조각투자, 미술품 조각투자 등 일부 STO 관련 서비스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5. 문제점과 향후 발전 방향
STO와 RWA 시장은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남아있다.
- 법적 불확실성: STO는 증권이지만, 가상자산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규제의 경계가 모호하다. 또한, 실물자산을 토큰화했을 때 발생하는 소유권 문제나 법적 효력에 대한 국제적인 표준이 아직 부족하다.
- 기술적 한계: 현재의 블록체인 기술은 대규모 거래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높은 거래량을 감당하기 위한 확장성(Scalability)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
- 시장 규모의 부족: 아직까지는 거래되는 STO의 종류와 규모가 제한적이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고, 다양한 자산을 토큰화하여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 오라클의 신뢰성: RWA의 가치를 결정하는 외부 데이터를 블록체인으로 가져오는 오라클의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이다. 잘못된 데이터가 입력될 경우 전체 시스템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향후 발전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규제의 명확화 및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표준화된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축하여 국경을 넘어선 STO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 둘째, 기술적 혁신을 통해 확장성과 효율성을 개선해야 한다. 새로운 블록체인 프로토콜 개발이나, 오프체인 솔루션 도입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셋째, 다양한 RWA의 토큰화를 촉진하여 시장 참여자를 늘려야 한다. 특히 저작권, 탄소배출권 등 무형자산의 토큰화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넷째, 오라클의 탈중앙화를 통해 데이터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STO와 RWA의 결합은 단순히 새로운 금융 플랫폼을 넘어, 자본시장의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자산의 민주화와 유동성 증대, 그리고 투명하고 효율적인 거래 시스템을 통해 미래 금융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